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큰마음을 만나다

한살림 고양파주 조합원 김기중 님.

가을 날씨치고는 여름 한낮처럼 더웠던 9월 25일(월)에 일산서구 농산분과원 분들과 여주 금당리공동체로 자주점검을 다녀왔다.
가공산지 자주점검은 많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1차 생산지 자주점검은 처음이라 많은 생각이 스쳤다. 자주점검의 특성상 자주점검표에 따른 서류 확인도 필요한데 생산자님들이 불편해하시면 어쩌나…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은 개운치 않았다.

여주 금당리 공동체는 현재 28농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2년 벼농사를 시작으로 고구마, 파, 땅콩, 양파 등 주로 밭작물 등을 한살림에 출하하고 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금방 ‘한살림 농장’이란 반가운 표지판부터 보였다.
소박하게 자리잡은 건물은 회의 및 식사 공간으로도 이용하고 매년 봄가을로 여주 한살림귀농학교를 운영하는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건물 앞에는 도시소비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어 생명학교 등 다양한 도농교류를 진행하기에 좋아보였다.
금당리공동체의 이경식 대표님과 김동환 총무님께서 달콤한 포도와 삶은 땅콩을 푸짐하게
준비해놓고 우리를 맞아주셨다.

사전학습회를 통해 나온 질문은 크게 고구마의 병충해 관리와 당도 관리, 토양관리와 적절한 보관법에 대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행 재배시 굼벵이 피해가 심해 약을 친다고 하는데 생산지에서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를 여쭤봤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금당리공동체에는 굼벵이가 많지 않다고.
그 이유는 바로 퇴비에 있다고 하셨다. 굼벵이는 발효가 충분히 되지않은 축분을 사용할 경우 많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금당리공동체는 땅콩 등 농업 부산물과 쌀겨, 무항생제 축분, 미생물 활성수를 이용해 잘 부숙시킨 퇴비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굼벵이 피해로부터 보다 안전하다는 설명이었다.
둘째, 당도관리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시는지 여쭤보았다. 고구마는 비료를 많이 친 땅에서 재배하면 심심한 맛이 나고 넝쿨만 심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토양관리라고 하셨다. 평소에도 토양관리에 애쓰시는데 고구마를 거둔 뒤에는 녹비작물(호밀)을 키워 땅심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다.
셋째, 고구마를 잘 보관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고구마는 우선 잘 건조가 되어야 썩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살짝 건조를 시킨 뒤에 통풍이 잘되는 14~15도 정도의 온도에 보관하는 것이 좋단다. 물론 이렇게 보관해도 썩는 것이 나온다. 생산지에서 아무리 잘 선별해서 보낸다 해도 유통과정 중에 부패가 될 수 있어서다. 농산물은 모두 생물이다 보니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습회 질문을 마치고는 각종 서류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영농일지! 한살림 생산자라면 모두 영농일지를 작성하는데 한 권에 3년간의 기록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영농일지를 펼쳐보면 지난해 농사를 참고, 비교해 볼 수도 있다.


2016년 5월 23일 – 양파밭매기, 양파 방제, **번지- 중파 작업
2016년 5월 24일 – 모내기, **번지- 고추 유인줄 늘이기
2017년 5월 23일 – 중파 풀 뽑기, 물 주기, **번지- 양파 방제(이용한 자재명 기록)
2017년 5월 24일 – **번지- 중파 풀 뽑기.
하루 농사일로 바쁜 틈틈이 영농일지를 기록하셨을 모습을 떠올리니 한살림 생산자로 산다는 것이 녹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친환경인증관리시스템에 생산자 인증번호를 넣으니 어떤 필지에 어떤 작물,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가 주루룩 검색이 되었다.
아~ 이렇게 관리가 되고 있었구나!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토양 중금속 분석 결과서, 토양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토양시비처방서 등등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생산 현장 방문! 넓디넓은 밭에 고구마가 보였다.
고구마 밭 근처에 관행재배포장이 있으면 이격거리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다행히 주변이 모두 친환경 포장이라 우려할 부분은 없었다.
생산자님이 밭에 들어가시더니 넝쿨과 비닐을 걷고 땅을 파보셨다. 땅이 건조해서 고구마를 캐기가 쉽지 않았다. 한 줄기에 5~6개 정도가 붙어있어야 적당한 거라고 하시는데, 몇 줄기를 파보아도 한 줄기 당 2~3개 정도만 달려있다. 아마 길었던 봄 가뭄에 고구마가 성장을 못한 탓이리라.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고 하는데 현재의 기후 조건은 농부에게 점점 가혹해지기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살아가야지 어쩌겠냐는 말씀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농부의 큰마음을 읽는다.
산지탐방을 통해 생산지방문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자주점검을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생산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많은 조합원들이 자주점검에 참여해서 우리 생산현장과 물품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며 글을 맺는다.